핸드폰 여행기

중국, 아이폰 여행기-쿤밍昆明에서 위엔양元阳까지 2012.03.02

Yena_H 2012. 3. 28. 22:05

2012/03/02

이제는 여행지가 분명해 졌으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 체크 아웃..

어제 체크인 할때 냈던 보증금 100위엔을 돌려 받으니 웬지 돈번거 같았다. 호스텔에서 남부터미널까지 얼마나 걸리냐 했더니 버스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 택시로 한시간이라고 했다..귀찮으니 택시타기로 결정. 중국어 못하는 내가 발음 해봤자 못알아 들을 것 같아.. 데스크 언니에게 남부터미널 데려다 주세요를 써달라고 부탁하여 종이 한장 받고 난 후 천하장사 쏘시지 두개를 주니.. 데스크 언니들 좋아라 하네.  아침 먹으며 한국서 가져 온 코감기약 먹는 것도 이틀 일정에 포함. -.-;

택시 타서 종이 건내주니.. 아저씨 내게 묻는다..

아저씨: 여기 먼곳인데.. 알고 있니?

나: 아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아저씨 : 대략 40분이면 갈거야..

나: 네..가주세요..

그런데.. 남부터미널 근처에 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아저씨 다시.....

아저씨: 너 여기서 어디로 가는데?

나: 위엔양이요..

아저씨: 표는 있어?

나: 사야해요.

이렇게 잘 되지도 않는 후진 중국어로 알아듣는 둥 마는 둥 짧은 대화가 이어졌는데..이후 이아저씨의 행동이 재미났다..

아저씨 택시를 어디쯤 세우더니 돈 받기도 전에 택시서 내려 트렁크를 열었다..내짐은 나랑 있는데 트렁크는 왜 열지? 그러더니 트렁크속에서 제대로 펴지지도 않는 녹쓴 꼬질꼬질한 분홍색우산을 펴서 내게 받쳐주네?.. 그때서야 미터기 금액대로 택시비 53원 지불.. 타이밍을 놓쳐서 참 빨리도 돈 냈다..^^;;.. 아무튼 그러더니 따라 오란다..터미널이 커서 내가 걱정 됬는지 주차장에 자기차를 세우고 차 문을 잠근다음 매표소까지 안내해 136원짜리 버스표 사는거 도와주고 보안대를 통과해야 버스 타는 곳까지 간다고 알려주고는 악수를 하고 유유히 사라지신다.. 귀엽고 고마운 아저씨네.. 

쿤밍에서 위엔양까지는 하루 세번의 차가 있었다 (10:20, 19:30, 20:00) 내차는 오전 10시 20분에 출발하는 버스였으나 나는 5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도 한참 전에 버스 타니 맨 뒷좌석 왼쪽 창가 구석에 갇힌 자리네? .90도 의자에 앉아 하루를 보내야 했지만.. 출발부터 기분이 좋아 시간은 금방 갔다..

[감동의 꼬질 분홍우산- 중간중간 속썩이는 고장난 우산을 탓하며 아저씨 점잖게 투덜거리시는 중]


버스를 타고 쿤밍을 떠날당시만 해도 비가 내리는 우울한 날씨였는데,... 얼마 있어 바로 비는 그쳤다.

차창문 내다보며 풍경 구경... 그러다보니 얼마 가지도 않은듯 한데.. 쿤밍서 2시간 이내의 간이 휴게실에서 점심 먹으라고 사람들 내려 놓고 20분 정도 쉬어 갔다.

서양 친구들이 얼굴을 일그러 뜨리고 화장실에서 나온 거로 봐서 대략 분위기가 예상되니,  남들 다 갔다 온 후에 마지막에 들렸다..

오픈 직렬형 낮은 칸막이 화장실이야.. 첨 본 것도아닌지라, 생각보다 이곳은 오히려 깨끗하다고 생각함..^^;

요기를 하라고 내려준 곳이기는 하나 땟국물처럼 줄줄 흘러 넘친 주전자나 거무튀튀한 튀김이나.. 먹고 싶은 맘이 그닥 생기지 않아 일단 계란은 단백질을 보충 하기 위해 한개 일원짜리 두개 일단 사고 옆에 있는 슈퍼 들어가 5원 짜리 음료수 하나 구입. 그렇게 삶은(?) 계란과 몇년만에 마셔보는 왕노길 음료수로 간식을 대신했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곳에서 만난 개의 모습이었다..

여행을 하는 지역의 동물들을 조금 관찰해 보면 그지역에서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성격등을 어렴풋이 엿볼 수 있는데...

휴게소에서 만난 이개는 배고파 보였지만 사람들을 무척이나 경계하는 겁많은 개였다.

멀찌감치 심하게 눈치를 보며, 어디 남는 거 없을까하는 배고픈 분위기를 팡팡 풍기는 이개의 모습은나를 안타깝게 했네..

불러도 오지 않고.. 먹을 걸 주려고 다가가면 도망가고..

아무래도 이동네 중국인들의 개를 대하는 인심이 꽤나 좋지 않은 모양이다..

버스에서 알게 된 난징에서 대체의학을 공부한다는 독일여인에게.. 스웨덴 친구가..중국와서 개고기 먹어봤냐는 질문을 하던데....

아무래도 이개도 그것때문에 신변의 위협을 느껴 경계심이 그리 심했던 걸까?

개고기 먹는 나라가 우리나라만 아닌데..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개고기 먹는 대표 주자나라로 유명세를 날리는가 모르겠네.

어쨌든 몇일 뒤 다시 쿤밍으로 돌아올 때도 이곳 휴게실에 들렀었는데.. 그때도 다른 큰 개에게서 서글픈 표정을 발견하게 되서 맘이 좋지 않았던 곳..


이곳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잠깐 또 한번 주유소 휴게실에 들러 6시간쯤 달렸는데.. 운전사 아저씨가 차를 세우더니.. 뒤에 와서 버스 바닥을 뜯어 들어냈다... 차가 고장난 것이다...-.-;

모두 버스에서 내려 길가에 쭈루루~ 서서 하염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일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늘 저녁에 원양에 도착해 일몰을 보려고 했는데.. 다 틀렸네..뭐 별 뾰족수도 없어 맞은편 수풀을 헤쳐보니 좁은 길이 나오길래 수풀속으로 좀 더 걸어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조금 걸어 들어가니 그 안에는 저런 바나나들이 나무에서 익어가고 있었네..

날씨도 쿤밍보다 따뜻했지만 역시나 바나나를 보니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음을 실감하며 웬지 기분도 따뜻..

어쨌든 맘 비우니..세월아~ 내월아~ 가는 길 자체가다 여행이려니..

그리고 가다보면 큰일 없으면 언젠가 도착해 있겠거니....

귀찮은거 무척 싫어하고, 먼곳에 가는 걸 싫어하는 내가, 여행할때는 평상시 내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거 보면...

인생이 그런게 아닌가 싶다... 일단 나를 그 어떤 흐름에 맡기다 보면... 어느새 나는 그곳으로 향하고 있고.. 그곳에 와 있곤 한다.

내 의지가 더해지면 더 빨리 가겠지만... 때론 의지와 무관해도 일단 내가 편승한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다만 그 흐름을 타지 않을 때 그때 나는 멈춰 있게 되는 것...

여행도 생활과 인생을 닮아 있어... 일단 떠나기만 하면 어떻게든.. 그곳으로 향하고... 그곳에 가게 되는 것 같다...

그곳이 아니라면 그 근처 어디라도.... 그래서 때론 꿩대신 닭이라도 잡아 먹고 만족 하는 것도 정신건강을 위해 나쁘지 않은 듯 싶다.



한참만에 다시 버스가 출발했고... 그중 몇명은 기다리다 벌써 포기하고 출발전에 알아서 가버려 없어짐... 옆자석 남자도 그렇게 사라져서 자리 넗어져 편해졌다고 좋을 뻔 했으나 버스는 얼마가다 다시 고장이 났다..ㅠㅠ

결국 운전사 아저씨가 미니버스를 한대 빌려 사람들을 태웠고,...바닥에 나무 간이용 미니 의자까지 동원하여 한대에 다 꾸겨 타고 원양에 신지에쩐(신가전)까지 가니  여기까지 8시간이상이 소요됬다. 그리고 이곳에서 내려 하니족 아줌마가 운전하는 미니 버스를 15원 내고, 다의수(듀어이수)까지 대략 1시간쯤 달려 간 듯하다.

원양으로 가는 중국인 여행자들이 몇명 있었는데... 내옆에 있던 중국 언니(?)가 자기 카메라속에 찍힌 사진들을 내게 들이밀며 뭐라뭐라 신나서 이야기를 하길래.. 못알아 들어요. 팅부동이라 말하니.. 놀라며.. 너 중국인 아냐? 라고 말을 하길래.. 한국인이라 하니 눈이 동그레지며 끄덕끄덕..나보다 중국어 백배는 잘하는 독일인 여행자가 해준 통역에 의하면... 수풀길에 들어갔다가 농부가 파파야를 공짜로 줬다고 사진보여주며 내게 자랑질 한 내용이었음..



멀리서 신가전을 들어가며 보는 산위의 빽빽한 가옥들의 모습들이 웬지 나를 설레이게 했다..아이폰 사진속에 담고 싶었으나... 꾸역꾸역 탄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순간들을 포착하는데 실패... 그렇게 신가전에 도착했으나 비가 내리지 않았다.. 완전 의외의 날씨...좋은 날씨였다!

하지만 그곳서 서양친구들과 15원짜리 미니버스를 나눠타고 오다가 멍핀(라오후쭈웨이) 전망대를 지나쳐 버렸네.. ? 그곳이 어딘지 전혀 몰랐으나..나는 직감으로 뭔가 구경을 하는 전망대 포인트가 있는 것 같았는데.. 운전하는 아줌마가 돈을 더 내야 한다는 말에 난징서 공부 했다는 독일 친구가 아줌마가 돈을 밝히는줄 알았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는 안봐도 되니 그냥 가달라고 하고 지나가는 바람에.. 같이 묻어탔다가 망했다..T.T 이날 괜찮은 날씨임에도 불구 하고 일몰지점을 지나치게 된것..

사실 그친구는 당연히 뭔지 몰랐고..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감으로만 알았지만, 일행을 생각해 세워달라는 말을 못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거의 멍핀이라는 지명 대신 라우후쭈웨이라는 지명을더 많이 쓴다는 것도 이후 알게 됬다. 결국 뚜어이수에 도착해 동네 내려가 약간 헤매면서 숙소 잡고 나니 해는 이미 떨어지고 있었고.. 그녀는 뒤늦게 자신이 잘못 알았음을 알고 일행에게 사과를했지만 초행길 여행자들이 흔히 만들 수 있는 실수이기도 하고... 나의 그날 운발은 거기까지였던 거라고생각해야 했다. 원양에서 유명한 일몰지점이 두군데 있는데 제대로 그 느낌을 보려면 사실 하루에 두군데 일몰 지점을 돌아다니는건 이곳 지리상 무리라...하나는 포기 해야 하는게 현실이므로 이왕이면 도착당일 한곳은 보았어야했지만, 다 지난거 아쉬워 해봤자.. 좋을거 없으니 그냥 내일이 있으니 담날 가면 되지머.... 라고 애써 위로 하며 빨리 잊어 버려야 했다.

꼬불꼬불한 산동네를 내려가 객잔 찾기까지...

살짝 걱정이 됬다.. 하루가 다르게 기억력이 안좋아져 길치가 되어가는 내가....원양 구경하고 이 미로처럼 보이는 산동네 숙소를 제대로찾아 갈수있을까? 하는 걱정..

하지만 동네는 맘에 들었고... 꽃이 핀 아담한 마을과 길은,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 시간임에도 운치 있고 예뻤다..

버스와 길 위에서 만난 독일 프랑스 스웨덴 ...3국 여행자들과 함께 위웬양에 저녁에 도착해 숙소 물색..동네를 뒤져 찾아낸 객잔의 40원 짜리 침대가 모자라스웨덴 커플은 다른 숙소를 찾아야 했고 결국 두곳으로 나뉘어 숙소를 잡았다. 나는 독일 친구들과 함께 같은 객잔에 있게 됬는데, 첫날 저녁식사는 프랑스 부부와 스웨덴 친구들이 분가(?)하게 된 수운간객잔의 재키네 카페식당에서 함께 했다.


이카페는 재키네 카페라고 하여 이집 아들이 예전에 프랑스에서 3년인가 살았다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도 세련됬고... 식탁엔 와인들도 몇병 있었다..우리 숙소서 방이 없어 이집 수운간객잔의 60원짜리 침대를 찾아간 스웨덴 친구들 말에 의하면 숙소가 만족스럽다고 좋아했다.


[재키네 카페의 주인장 - 재키의 어머니 아버지신데...사람 참 좋으시다..]

아무튼..그 스웨덴 친구들은 그곳까지 와서도 저녁에 윈난 식사와 프랑스 와인을 곁들어 식사를 했다..난 9시간 이상의 이동시간으로 피곤하기도 했고 담날 새벽에 일찍 일어날 생각을 하니 알콜을 입에 대면 안되겠다 싶어 콜라를 마시는데 그쳤지만.. 나같으면 이왕 마실거 맛이 없더라도 호기심 발동으로 이지역 술인 윈난 와인에 도전했을텐데,. 30원짜리 식사보다 거의4 배 이상 정도 비싼 프랑스 수입 와인을 마시는 거 보면..낯선 지역에 대한 이들의 호기심이 그리 크진 않게 보였다.. 여행자의 호기심보다는 좋은거 잘먹자 주의..

나의 예상대로 이들은 담날 동네나 이일대 구경보다는 카페에서 떠들기에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있었다..암튼..내가 만난 이친구들은 기본 자국어(독어,스웨덴)이외에도 불어 영어 게다가 게중엔 중국어까지 하는 친구가 있어.. 3~4개국어를 거뜬하게 구사하였기에 그들의 언어적 능력이 부러웠네.. 어쟀든.. 이친구들 덕에 심심하지 않은 저녁식사가 되서 잘됬다고 생각했다.

[저녁식사가 나오기도 전에 와인탐색을 하고 있는 스웨덴 친구들]

프랑스 부부의 아이 셋 데리고 여행하는 방법.....

알고보니 이맘좋은 프랑스인 같이 생겼던 아저씨는 모로코인이었는데.. 막내 아기는 엄마가 배낭 대신 등에 업고, 힘좋은 아빠가 좀 더 자란 둘째를 무등 태운채 기본적인 짐을 들고... 첫째는 다큰 꼬마여서 알아서 걷고 뛰어 다닌다..^^.. 보통 어딜 나가려 할때 둘째 아이를 무등 태우는데..식당에서도 밖으로 나갈때 무등 태우고 나가다 문짝 위에 아이 머리 부딪힐 뻔 한 걸 모두들 소리를 질러 다행히도 별일 없었다.. ^^ 역시 이 프랑스 부부의 여행 비법은 건강한 체력과 지구력..그리고 낙관적인 성격인 셈인 듯 싶다. 그러다 애들 잘보는 장기여행자들 만나면..밥도 사주면서 애들 봐주게 살살 꼬시기도 하고..^^;

(같은 방 독일 친구들 이들의 밥한끼와 친절에 낚여, 떠난다고 하던 날에 애들 봐주면서 원양에서 하루 더묵었음 ^^)


내가 묵었던 뚜어이수 양광객잔(태양빛 여인숙)안에서 바라본 주변 논 풍경.

처음엔 꽤 친절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약간 심술 맞아 보이는 표정이 늘어나는 하니족 할머니가 운영하고 있는 양광객잔에서 이날의 여정을 풀었고..재키 카페에 가서 길에서 만난 유럽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빵차를 빌릴까말까 고민하고 있는 내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스위스에서 온 노부부와 잘생긴 프랑스 아저씨가 다음날 아침의 트렉킹 죠인을 제안했다.. 중간까지 차를 태워줄 수 있으니 함께 가고 싶으면 가자고 하는데.. 불행히도 나는 당시 한쪽 다리에 통증이 있어 반나절 이상의 오르고 내리는 논두렁 밭두렁 트레킹에 자신이 없어 제안은 고마우나 힘들것 같다고 했다. 아무튼.. 아침 10시에 이곳 카페서 출발할테니..생각있으면 오라고 감사한 제안을 해주셨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직후 부엌 근처에서 오지랍 넓게 붙임성 좋아보이는 발랄한 브라질 친구, 파울로를 만나게 됬다..이친구도 브라질어, 불어, 영어, 중국어까지 4개국어를 구사하던 친구였는데.. 하루먼저 이곳에 도착했기에 그에게 동네 사정을 대충 듣고... 굳이 빵차를 안빌리고 걸어 다니거나 히치 하이킹을 해도될 듯 하여 내일새벽 일찍 같이 뚜어이수 일출 전망대에 같이 가기로 약속.. 혹시 늦잠 잘지도 몰라 먼저 일어난 사람이 상대방 방에 가서 깨워주기로 하고침대에 누웠다..

그렇지만 가벼운 고산증상이 왔는지.. 피곤함에도 불구 하고 새벽에 몇번이나 잠에서 깨어났는데.. 깰때마다 침대맡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바람소리.... 뭐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것도 같은 것이 역시나 비가 오는게 아닐까 하여 그때마다 날씨걱정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네..

누군가 말해준 오래전 국어시간에 나왔던 동명일기에서 일출을 못 볼까 노심초사 하는 김씨 부인의 맘이 그때의 나의 맘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